해수전지 원리와 가능성. 바닷물로 발전소도 가능할까?
바닷물 속 나트륨 이온을 저장했다가 전기로 바꾸는 2차 전지 기술, 충전과 방전이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 저장 장치의 현재 수준과 한계를 알아봅니다.전 세계 리튬 가격이 2021년 대비 5배 이상 상승했기에,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수요가 폭발하면서 리튬 이온 전지 원자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닷물을 활용하는 새로운 배터리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해수 전지입니다.
바닷물에는 나트륨 이온이 풍부하게 녹아 있습니다. 전 세계 바닷물에 녹아 있는 나트륨 총량은 약 5억 톤에 달합니다. 리튬 매장량(약 2,200만 톤)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입니다. 이 차이가 해수 전지 연구가 활발해진 배경입니다.
리튬 값 폭등이 불러온 대안 탐색
2024년 한국광해광업공단 자료에 따르면 탄산리튬 1톤 가격은 3만 달러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2020년(6천 달러)과 비교하면 5배 증가한 금액입니다. 이런 가격 불안정성은 제조사에게 큰 부담입니다. 배터리 원자재 가격 급등은 최종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전기차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합니다.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원소 중 하나인 나트륨에 주목했습니다. 바닷물은 나트륨을 무한대로 공급할 수 있는 원천입니다.
2023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해수 전지의 원재료 비용은 리튬 이온 전지 대비 30% 수준입니다. 나트륨 자체 가격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어서 실제 제품 가격에 반영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바닷물 속 이온이 어떻게 전기를 저장하나
해수 전지 내부에는 고체 전해질이라는 특수한 소재가 들어 있습니다. 이 고체 전해질은 바닷물과 전극 사이를 막으면서도 나트륨 이온만 골라서 통과시킵니다. 나트륨 이온은 고체 전해질을 통과할 수 있지만 물 분자나 다른 이온은 통과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충전 과정에서 바닷물 속 나트륨 이온이 고체 전해질을 지나 음극 쪽으로 이동합니다. 음극은 나트륨 이온을 저장하는 공간입니다. 이때 전자는 외부 전원에서 공급됩니다. 방전할 때는 저장된 나트륨 이온이 다시 고체 전해질을 통해 바닷물 쪽으로 돌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전자가 외부 회로로 흘러나와 전기 기기를 가동합니다.
2024년 포스텍 연구팀이 발표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해수 전지의 에너지 밀도는 현재 리터당 약 180와트시(Wh/L) 수준입니다. 리튬 이온 전지(약 700Wh/L)보다 낮지만 나트륨 이온 전지(약 150~250Wh/L)와 비슷한 성능을 보입니다. 연구진은 향후 5년 내에 250Wh/L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실제 바닷물을 쓰면 어떤 이점이 생기나
연구진이 굳이 증류수가 아닌 바닷물을 사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닷물에는 나트륨 이온 외에도 다양한 이온이 녹아 있습니다. 이 이온들이 전극 표면에서 부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도 바닷물을 고집하는 이유는 경제성 때문입니다.바닷물은 무료에 가깝고, 정제 과정이 필요 없습니다.
2025년 5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실증 실험을 보면, 정제된 소금물 대신 실제 연안 바닷물을 사용했을 때 전지 효율이 약 8%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원재료 비용은 90% 이상 절감되었습니다.
연구팀은 효율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전체 시스템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상용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해수 전지 한 가지 큰 장점은 안전성입니다. 리튬 이온 전지는 과충전 시 열 폭주 현상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해수 전지는 바닷물을 전해질로 사용하기 때문에 발화 위험이 거의 없습니다.
바닷물 자체가 화재 억제 물질 역할을 합니다. 이 특징 때문에 건물 내 ESS나 해양 시설에 적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합니다.
아직 넘어야 할 기술 장벽들
현재 해수 전지의 수명은 약 500회 충방전 사이클입니다. 리튬 이온 전지가 1000~2000회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고체 전해질 표면에 부산물이 쌓이면서 성능이 빠르게 저하됩니다.2024년 네이처 에너지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300회 충방전 후 해수 전지 용량이 초기 대비 70%로 감소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전력 밀도입니다. 해수 전지가 단위 시간당 낼 수 있는 전력량이 아직 낮습니다.
전기차처럼 순간적인 높은 출력이 필요한 분야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현재 연구는 주로 저속으로 장시간 운전하는 선박이나 정지형 에너지 저장 장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고체 전해질 제조 비용도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나트륨 이온 전도성이 높은 세라믹 계열 고체 전해질은 제조 공정이 복잡합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고체 전해질이 해수 전지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합니다. 제조사들은 공정 단순화와 소재 대체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해수 전지 정리하면
한국 연구진이 해수 전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허청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전 세계 해수 전지 관련 특허 출원 중 한국이 38%를 차지했습니다. 중국(25%), 일본(18%)이 그 뒤를 잇습니다.특히 포스텍, KA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연구 성과가 두드러집니다.
2025년 초, 한국연구재단은 '해수 전지 상용화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2027년까지 1000회 사이클 수명과 250Wh/L 에너지 밀도를 달성하는 목표입니다.
2030년에는 해양 부표용 소형 전지부터 시장에 출시할 계획입니다. 완전한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에 중요한 기술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알아둘 점은 해수 전지가 리튬 이온 전지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두 기술은 각각 장단점이 뚜렷합니다. 고출력이 필요한 전기차는 리튬 이온 전지가 적합하고, 안전성과 원자재 안보가 중요한 대용량 ESS는 해수 전지가 유리합니다. 앞으로 배터리 시장은 여러 기술이 공존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입니다.
